회계사는 회사의 영수증을 모아 매출과 비용을 입력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업의 장부를 작성하는 일과 외부에서 그 장부를 검증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
회사는 발생한 거래를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외부감사를 맡은 공인회계사는 재무제표가 정해진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감사의견을 제시한다. 숫자를 대신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과 근거를 검토하는 전문가에 가깝다.
회계사의 업무도 회계감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결산과 세무 업무를 지원하거나 기업가치 평가, 인수·합병 검토, 내부통제 점검, 경영자문 등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회계사는 기업으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고, 수많은 거래 중 무엇을 검사하며, 어떤 기준으로 감사보고서의 의견을 결정할까?

회계사는 감사를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할까?
회계감사는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를 받아 숫자만 맞춰보는 작업이 아니다. 감사인은 먼저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어디에서 매출과 비용이 발생하는지 파악한다.
온라인 쇼핑기업이라면 상품 판매와 반품, 판매자 정산이 중요하다.
건설기업이라면 공사 진행률과 예상원가를 어떻게 계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조기업에서는 원재료와 완제품 재고, 생산설비의 가치가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매출 1,000억 원의 회사라도 거래 구조와 감사 위험은 다르다.
소수의 거래처에 대형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와 하루 수만 건의 소액 주문을 처리하는 회사는 확인해야 할 자료와 검사 방법이 달라진다.
감사인은 과거 감사 결과와 회사의 사업 변화, 회계 담당자의 업무 절차를 살펴본다.
경영진이 성과를 좋게 보이기 위해 매출을 앞당겨 기록할 가능성은 없는지, 재고가 실제보다 많게 표시될 위험은 없는지,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이 정상적인 자산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지 등을 검토한다.
이처럼 재무제표가 잘못 표시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찾는 과정을 위험평가라고 한다.
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어떤 계정을 얼마나 깊게 확인할지 감사계획이 달라진다.
감사인은 회사의 내부통제도 살펴본다.
내부통제란 회사가 거래를 정확하게 처리하고 오류나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다.
예를 들어 상품을 주문하는 직원과 구매를 승인하는 직원, 실제 대금을 지급하는 직원을 구분하면 한 사람이 거래 전체를 임의로 처리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감사를 시작할 때는 회사에 필요한 자료목록을 전달한다.
거래처별 매출자료와 계약서, 입금내역, 재고명세서, 세금계산서, 이사회 회의록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해외법인이 있다면 현지 재무자료와 환율 적용 내역도 필요하다.
자료가 늦게 제출되거나 장부와 증빙이 일치하지 않으면 감사시간이 늘어난다.
회계 담당자가 중간에 바뀌었거나 전산시스템을 교체한 회사도 거래 흐름을 다시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 수 있다.
결국 감사 준비 단계의 핵심은 회사의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사업과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있다.
수많은 거래 중 어떤 항목을 골라 검증할까?
회계사는 회사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를 한 건씩 다시 계산하지 않는다.
거래량이 많은 기업은 전수검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금액과 위험을 고려해 검사 대상을 정한다.
금액이 큰 거래와 평소와 다른 조건으로 발생한 거래는 우선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결산일 직전에 집중된 매출이나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비정상적으로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거래도 주요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머지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표본을 추출한다.
예를 들어 연간 매출 거래가 10만 건인 회사를 가정해보자.
감사인은 일정 금액 이상의 대형 거래 80건을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특수관계자 거래와 결산일 전후 거래 40건을 별도로 살펴볼 수 있다.
일반 매출은 전산으로 전체 흐름을 분석한 뒤 일부를 표본으로 골라 증빙을 확인한다.
이 숫자는 감사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다.
실제 표본의 규모는 거래 건수뿐 아니라 금액과 위험 수준, 내부통제의 신뢰도, 과거 오류 발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매출을 검사할 때는 장부에 적힌 금액만 확인하지 않는다.
계약서와 주문서, 출고기록, 세금계산서, 입금내역을 서로 연결해 실제 거래가 발생했는지 살펴본다.
거래처에 직접 조회서를 보내 회사가 기록한 채권과 채무의 잔액이 맞는지 답변을 받기도 한다.
재고가 중요한 회사라면 회계사가 결산일 전후에 창고를 방문할 수 있다.
재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관찰하고 일부 품목을 직접 세어 장부 수량과 비교한다.
오래되어 판매하기 어려운 제품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기록돼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한다.
감사 과정에서 장부와 증빙의 차이가 발견됐다고 모두 부정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 입력 실수일 수도 있고, 거래가 귀속되는 시점을 잘못 적용했을 수도 있다. 감사인은 오류의 원인과 금액, 다른 항목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 회사에 수정을 요청한다.
이때 사용하는 핵심 개념이 ‘중요성’이다.
재무제표를 이용하는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오류인지 평가하는 기준이다. 금액이 작더라도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숫자를 조정했거나 법규 위반과 관련됐다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외부감사는 모든 오류와 부정을 반드시 찾아내는 수사와는 다르다.
감사인은 표본검사와 전문가적 판단을 통해 재무제표에 중요한 왜곡이 없는지 합리적인 확신을 얻는다. 따라서 감사보고서는 절대적인 보증이 아니라, 정해진 감사절차를 수행한 결과에 따른 전문가의 의견이다.
감사보고서의 의견은 어떻게 결정되고 회계법인은 어디에서 수익을 얻을까?
감사절차가 끝나면 감사인은 발견된 오류와 회사의 수정 여부, 확보한 감사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이후 재무제표에 대한 의견을 감사보고서에 표시한다.
대표적인 감사의견은 적정의견과 한정의견, 부적정의견, 의견거절로 나뉜다. 적정의견은 재무제표가 중요한 관점에서 적용되는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됐다는 뜻이다.
한정의견은 일부 중요한 왜곡이 있거나 필요한 감사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 영향이 재무제표 전반으로 광범위하지는 않다고 판단할 때 제시될 수 있다.
부적정의견은 재무제표의 왜곡이 중요하고 광범위하다고 판단한 경우다.
의견거절은 감사범위가 크게 제한되는 등 충분한 증거를 얻지 못해 의견 자체를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다.
가장 자주 오해되는 것은 적정의견이다.
적정의견은 회사의 수익성이 좋다거나 앞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회사가 선택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한 관점에서 적정하게 표시됐다는 의미다.
따라서 감사보고서를 읽을 때는 의견 한 줄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감사의견의 근거와 핵심감사사항,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 재무제표 주석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는 공개 대상 기업의 감사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열람할 수 있다.
외부감사법은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이해관계인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회계법인의 수익은 회계감사와 세무, 기업가치 평가, 거래자문, 내부통제 점검 등의 업무대가에서 발생한다. 감사보수는 회사의 매출이나 자산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단순하게 결정되지 않는다.
회사의 거래 규모와 해외법인 수, 사업의 복잡성, 재고가 보관된 장소, 결산자료의 준비 상태, 필요한 전문가와 예상 업무시간 등이 함께 영향을 준다.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회사는 검토가 원활하지만 장부와 증빙이 맞지 않거나 여러 사업부의 자료 형식이 다르면 추가 업무가 발생한다.
가상의 감사 프로젝트에 사전계획과 위험평가 120시간, 중간감사와 내부통제 확인 300시간, 기말감사 700시간, 보고서 검토와 품질관리 180시간이 투입됐다고 가정하면 총 업무시간은 1,300시간이다. 시간당 평균 투입원가를 8만 원으로 계산하면 인력원가만 약 1억400만 원이다.
이는 실제 감사보수 기준이 아니라 수익과 비용의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계산이다. 회계법인에는 이 밖에도 전산도구 사용료와 출장비, 분야별 전문가 비용, 교육비, 사무실 운영비 등이 발생한다.
감사품질은 투입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회계기준을 해석하는 능력과 업종에 대한 이해, 회사로부터 독립된 판단, 팀 내부의 단계별 검토, 회계법인의 품질관리 절차가 함께 필요하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곧바로 모든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인회계사로 등록하려면 관련 법령에 따른 실무수습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시험 합격자가 등록하기 위해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결국 회계사는 기업이 제시한 숫자가 어떤 거래와 판단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추적하는 전문가다. 회사와 산업을 이해하고 오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선정해 증거를 확인한 뒤, 그 결과를 감사보고서로 전달한다.
회계사의 업무가 중요한 이유는 감사받은 회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주와 거래처, 임직원처럼 재무제표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같은 기준으로 기업의 상태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신뢰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인회계사법」
https://www.law.go.kr/법령/공인회계사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https://www.law.go.kr/법령/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ttps://dart.fss.or.kr - 교육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직업정보 ‘회계사’
https://www.career.go.kr/cloud/w/job/view?seq=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