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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순간만 보면 조종사의 업무는 항공기를 직접 움직이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운항에서는 비행 전 준비와 운항 중 감시, 관제기관과의 교신, 연료와 기상 변화에 대한 판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 여객기에는 자동비행장치와 다양한 경고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그렇다고 조종사의 역할이 단순히 자동장치를 켜고 지켜보는 것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자동화 시스템에 어떤 고도와 속도, 항로를 입력할지 결정하고, 항공기가 계획대로 움직이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사람은 조종사다.
예상하지 못한 기상이나 공항 폐쇄, 기체 이상이 발생하면 기존 비행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목적지에 계속 접근할 것인지, 대기할 것인지, 다른 공항으로 이동할 것인지도 남은 연료와 공항 상태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항공업무에 종사하려면 업무 종류에 맞는 항공종사자 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조종사는 학과시험과 실기시험뿐 아니라 항공신체검사, 항공기 종류와 형식에 따른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종사는 출발 전에 어떤 정보를 확인하고, 비행 중에는 기장과 부기장이 어떻게 역할을 나눌까.
착륙한 뒤에는 어떤 업무가 이어지며 급여와 근무조건은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

조종사는 이륙 전에 무엇을 준비할까?
조종사의 업무는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운항 브리핑에서 시작된다.
먼저 출발공항과 목적지, 대체공항의 기상정보를 확인한다. 비와 눈이 오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방향과 속도, 시정, 구름 높이, 뇌우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목적지의 기상이 착륙 기준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면 대체공항과 추가 연료를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노탐도 중요한 자료다.
노탐은 활주로 폐쇄와 항행시설 점검, 공항 공사처럼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조종사에게 알리는 정보다.
평소 사용하던 활주로나 접근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비행계획과 연료량이 달라질 수 있다.
조종사는 운항관리사가 작성한 비행계획을 검토한다.
계획항로와 예상 비행시간, 순항고도, 탑재연료, 항공기 중량 등을 확인하고 실제 운항이 가능한지 판단한다.
연료는 목적지까지 가는 양만 넣지 않는다.
지상 이동에 필요한 연료와 목적지까지의 비행연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한 연료, 대체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연료, 마지막 예비연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가상의 국내선 운항을 예로 들어보자.
지상 이동에 200kg, 목적지까지 5,200kg,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해 260kg, 대체공항 이동에 900kg, 최종 예비분으로 1,100kg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계획 연료는 다음과 같다.
200kg+5,200kg+260kg+900kg+1,100kg=7,660kg이다.
그러나 실제 탑재량은 기상과 공항 혼잡, 항공기 중량, 회사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료를 많이 넣으면 여유는 커지지만 항공기 무게가 증가해 연료소모가 늘어날 수 있으므로 무조건 많이 싣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비행계획 검토가 끝나면 조종사는 항공기에 탑승해 조종실을 준비한다.
항공기 상태와 정비기록을 확인하고, 운항에 영향을 주는 결함이 있는지 살펴본다.
결함이 있다고 반드시 운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조건에서 운항할 수 있는 장비인지, 추가로 지켜야 할 제한사항이 있는지를 정비사와 확인한다.
항공기 외부점검도 진행한다. 동체와 날개, 타이어, 조종면 등에 눈에 띄는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누유 흔적이나 이물질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조종실에서는 비행관리장치에 항로와 고도, 연료, 중량 등의 정보를 입력한다.
입력값이 잘못되면 이륙성능이나 비행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 확인한다.
비행 전 브리핑에서는 사용할 활주로와 이륙경로, 기상, 이륙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방식을 공유한다.
객실승무원과 예상 비행시간, 난기류 구간, 특이사항도 전달한다.
결국 출발 준비의 목적은 비행기가 뜰 수 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대로 운항할 수 있는 조건인지 검토하고, 계획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하는 데 있다.
비행 중 기장과 부기장은 어떤 일을 나눠서 할까?
두 명이 탑승하는 여객기에서는 기장과 부기장이 단순히 상급자와 보조자로만 나뉘지 않는다.
각 비행 구간에서 항공기를 조종하는 사람과 이를 감시하고 지원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직접 조종을 담당하는 조종사는 속도와 고도, 비행경로를 관리한다.
다른 조종사는 관제기관과 교신하고 체크리스트를 읽으며 항공기의 상태와 조종 내용을 교차 확인한다. 운항 구간에 따라 기장과 부기장이 이 역할을 바꿔 맡을 수 있다.
이륙 전에는 항공기의 중량과 기온, 바람, 활주로 길이를 반영해 이륙성능을 확인한다.
항공기가 무겁거나 기온이 높고 활주로가 젖어 있다면 필요한 이륙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
관제기관으로부터 이륙허가를 받으면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속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는 엔진 상태와 속도를 확인한다.
특정 속도 이전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이륙을 중단할 수 있지만, 그 속도를 지난 뒤에는 남은 활주로 안에서 멈추기 어려울 수 있어 절차에 따라 이륙을 계속한 뒤 문제를 처리한다.
순항고도에 도달하면 자동비행장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연료소모, 기상레이더, 주변 항공기, 기체 상태를 계속 감시한다.
자동비행장치는 스스로 목적지를 판단하는 장치가 아니다.
조종사가 입력하거나 관제기관으로부터 지시받은 항로와 고도, 속도를 따라 비행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잘못된 값이 입력되면 항공기도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조종사는 자동화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비행 중에는 계획과 실제 연료소모도 비교한다.
예상보다 강한 맞바람을 만나거나 우회비행을 하면 연료가 더 소모된다.
목적지 공항의 혼잡으로 장시간 대기할 가능성이 있다면 남은 연료로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남은 연료가 4,000kg이고 목적지 착륙까지 2,200kg, 대체공항 이동에 900kg, 최종 예비분 700kg이 필요하다면 계획상 남는 여유는 200kg이다. 이 상황에서 긴 대기가 예상된다면 목적지 주변을 계속 선회하기보다 일찍 대체공항으로 이동하는 편이 안전할 수 있다.
기체에 이상이 발생하면 조종사는 경고 내용과 항공기 상태를 확인하고 정해진 체크리스트를 수행한다.
한 명은 항공기 조종과 경로를 관리하고 다른 한 명은 관련 절차를 찾아 수행하며 관제기관과 객실승무원에게 상황을 전달한다.
모든 이상 상황을 조종사가 기억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 제작사와 항공사가 정한 비정상·비상절차를 사용하되, 현재 고도와 기상, 가까운 공항, 남은 연료를 종합해 실제 행동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조종실 자원관리도 중요하다.
기장의 의견이 항상 무조건 옳다고 가정하지 않고, 부기장도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명확하게 알린다.
조종사끼리뿐 아니라 객실승무원과 운항관리사, 정비사, 관제사로부터 받은 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따라서 비행 중 조종사의 핵심 업무는 조종간을 계속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항공기와 외부 상황을 감시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올바르게 사용하며, 정상적인 계획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착륙 후 업무와 조종사의 근무조건은 어떻게 결정될까?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조종사는 착륙 준비를 시작한다.
도착공항의 최신 기상과 사용 활주로, 접근방식, 공항 혼잡상황을 확인한다.
착륙을 위한 속도와 항공기 설정을 계산하고, 접근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고도에서 착륙을 중단할지도 정한다.
착륙허가를 받았다고 반드시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활주로가 보이지 않거나 항공기가 안정적인 접근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면 복행할 수 있다. 복행은 실패가 아니라 안전한 착륙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다시 상승해 접근을 재시도하는 정상 절차다.
착륙 후에는 주기장까지 지상 이동을 하고 엔진을 정지한다.
조종사는 운항기록과 연료사용량을 정리하고, 비행 중 발생한 기체 이상이 있다면 정비기록에 남겨 다음 운항 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난기류나 승객 관련 특이사항, 공항시설 문제처럼 별도 보고가 필요한 사건도 회사 절차에 따라 기록한다.
이 보고는 개인의 실수를 찾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운항자료를 축적하는 데 활용된다.
조종사는 자격을 한 번 취득했다고 계속 같은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항공기 형식을 운항하려면 해당 형식에 맞는 교육과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조종기량과 비정상·비상절차 수행능력을 평가받는다.
관련 시행규칙에는 비정상 상태에서의 조종기술과 비상절차 수행능력을 정기적으로 심사하도록 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신체상태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항공신체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종사 자격증명이 있더라도 운항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 시력과 청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안전운항에 적합한지 확인한다.
조종사의 근무시간은 일반 사무직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시작하고 끝나지 않는다.
새벽 출발편과 야간편, 국제선 장거리 운항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달라지며 여러 시간대를 이동하면 시차 적응도 필요하다.
항공 관련 법령은 피로가 안전운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승무시간과 비행근무시간, 근무시간 및 휴식시간에 관한 기준을 두고 있다. 운항회사는 조종사의 최근 비행기록과 휴식시간을 확인해 다음 운항 일정을 배정해야 한다.
조종사의 급여는 항공사와 경력, 기장·부기장 직책, 운항하는 항공기, 비행시간, 국내선과 국제선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본급에 비행시간이나 직책, 체류와 관련된 수당 등이 더해지는 구조를 사용하는 회사도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조종사 인건비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 훈련과 항공기 형식교육, 모의비행장치 훈련, 정기심사, 신체검사, 체류비와 이동비 등이 함께 들어간다.
특정 항공기의 운항을 맡을 조종사가 부족하면 항공기가 있어도 계획한 노선을 모두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조종사에게 필요한 능력도 손기술에만 있지 않다.
기상과 항공역학, 항법, 항공법규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정보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국제선에서는 관제기관과 교신하고 운항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항공영어 능력도 필요하다.
항공기 조종사는 승객을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사람이지만 업무의 핵심은 단순한 이동보다 안전한 의사결정에 있다.
한 편의 비행 뒤에는 기상과 노탐 확인, 비행계획 검토, 연료 계산, 기체 점검, 관제교신, 자동화 감시, 착륙 판단과 사후보고가 이어진다. 조종사의 경쟁력은 맑은 날 항공기를 부드럽게 조종하는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획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선순위를 정하고, 다른 운항 관계자와 협력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항공안전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 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자격
-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
- 항공교통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