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선이 바다 위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항해사는 정해진 항로를 따라 배를 조종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선박의 방향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항해사는 출항 전 항로와 기상, 화물 적재상태를 확인하고 항해 중에는 주변 선박과 수심, 선박의 위치를 계속 감시한다. 항
만에 가까워지면 도선사와 예인선, 터미널 운영자와 입항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선박은 자동차처럼 위험을 발견한 즉시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기 어렵다.
크기와 속도, 화물 무게에 따라 정지하는 데 상당한 거리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위치뿐 아니라 몇 분 뒤 다른 선박과 얼마나 가까워질지를 예상하며 항해해야 한다.
선박직원법은 항해사를 선박직원에 포함하고 있으며, 항해사는 갑판부에서 항해당직을 수행한다.
선박의 크기와 항해구역, 직책에 맞는 해기사 면허와 승무경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박 항해사는 출항 전에 어떤 자료와 장비를 확인하고, 바다에서는 어떻게 당직을 수행할까.
목적지 항만에 도착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안전하게 입항할까.

출항 전에는 항로와 화물을 어떻게 확인할까?
항해사의 업무는 선박이 부두를 떠나기 전에 시작된다.
먼저 출발항에서 목적항까지의 항로를 계획한다.
전자해도와 항해간행물을 이용해 이동할 해역의 수심과 항로 폭, 통항분리구역, 위험물, 입항 제한사항 등을 확인한다.
바다는 넓어 보이지만 선박이 아무 곳으로나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심이 얕은 해역이나 암초를 피해야 하고, 대형 선박이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하는 통항로도 따라야 한다.
해협처럼 좁은 구간에서는 마주 오는 선박과의 거리와 조류까지 고려해야 한다.
항해계획은 단순히 출발지와 목적지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아니다.
항로를 여러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별 방향과 거리, 예상 속도, 변침 위치를 정한다.
비상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항만과 투묘 가능한 해역도 확인한다.
항해사는 해도와 항해정보가 최신 상태인지도 점검한다.
새로운 항만시설이 생기거나 수심정보가 변경되고, 일부 해역의 항로표지 위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정보로 항해하면 전자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예상 도착시간도 계산한다.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360해리이고 평균속도를 18노트로 계획했다면 단순 계산상 소요시간은 다음과 같다.
360해리÷18노트=20시간이다.
하지만 실제 항해시간은 바람과 파도, 조류, 항만 대기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강한 맞바람과 파도를 만나 속도를 15노트로 낮추면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24시간이 걸린다.
속도 3노트 차이로 도착시간이 4시간 늦어지는 셈이다.
기상자료도 확인한다.
바람과 파도 높이, 태풍 진로, 시정과 해류 등을 검토해 계획한 항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악천후가 예상되면 거리가 조금 늘더라도 파도가 약한 해역으로 우회하거나 출항시각을 조정할 수 있다.
출항 준비에는 화물 확인도 포함된다.
항해사는 화물이 어느 위치에 얼마나 실렸는지 확인하고 선박의 흘수와 복원성을 검토한다.
흘수는 수면에서 선박의 가장 아래쪽까지 잠긴 깊이를 의미한다.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선박이 물에 더 깊이 잠긴다.
입항할 항구나 항로의 수심이 충분하지 않으면 바닥에 닿을 위험이 있으므로 예상 흘수와 여유수심을 비교해야 한다.
복원성은 선박이 파도나 바람으로 기울었을 때 원래 자세로 돌아오려는 성질이다.
무거운 화물을 한쪽이나 높은 위치에 집중해서 실으면 선박의 균형이 나빠질 수 있다.
항해사는 화물 배치와 평형수 상태를 확인해 선박이 안전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출항 전에는 레이더와 위성항법장치, 선박자동식별장치, 전자해도, 조타기, 항해등과 통신장비의 작동상태도 확인한다.
실제 출항 전 안전점검 항목에도 레이더와 컴퍼스, 위치확인장치, 자동식별장치, 음향측심기, 조타기와 통신설비 등이 포함된다.
결국 출항 준비는 배가 움직일 수 있는지만 확인하는 단계가 아니다.
항로와 기상, 화물, 수심과 장비가 서로 맞는지를 검토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항해 중에는 어떻게 당직을 서고 충돌을 피할까?
선박은 밤에도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항해사들이 시간을 나누어 조타실 당직을 수행한다.
당직 항해사는 선박의 위치와 속도, 진행방향을 확인하고 주변 선박과 기상상태를 감시한다.
조타수나 당직부원과 함께 근무하면서 선장의 항해지시와 국제충돌예방규칙, 회사의 안전절차를 따른다.
항해사의 직책별 업무는 선박과 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1등항해사는 화물과 선박의 복원성, 갑판부 인력과 작업을 관리한다.
2등항해사는 항해계획과 해도 관리, 3등항해사는 구명·소방설비 점검 등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담당업무가 나뉘어 있어도 항해당직 중에는 현재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하는 일이 우선이다.
화물서류나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주변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당직 항해사는 육안과 레이더, 자동식별장치 등을 함께 사용한다.
전자장비에 다른 선박의 이름과 속도, 진행방향이 표시되더라도 화면만 믿어서는 안 된다.
소형선박은 정보가 표시되지 않을 수 있고, 입력된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장비 상태가 불안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 선박과 충돌할 가능성은 현재 거리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두 선박이 현재 방향과 속도를 유지할 때 가장 가까워지는 거리와 그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다른 선박이 6해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접근하면 위험할 수 있다.
반대로 2해리 거리에 있어도 같은 방향과 속도로 이동한다면 당장의 충돌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충돌 가능성이 있다면 항해사는 충분히 이른 시점에 방향이나 속도를 조정해야 한다.
너무 작은 각도로 방향을 바꾸면 상대 선박이 변화를 알아보기 어렵고, 늦게 대응하면 대형 선박의 회전반경 때문에 피할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비와 안개로 시야가 나빠졌을 때는 안전속도로 줄이고 경계 인원을 보강하며 무중신호를 사용할 수 있다.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는 음향측심기와 해도를 통해 선박 아래의 여유수심도 확인한다.
항로에서 벗어났거나 장비 이상, 급격한 기상 악화, 가까운 거리의 접근처럼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직 항해사는 선장을 호출한다.
선장을 부르는 것은 판단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선박 전체의 책임자가 충분한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절차다.
선박에서는 화재와 침수, 조타기 고장, 사람이 바다에 빠지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도 실시한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항해사는 경보를 울리고 선장의 지시에 따라 통신과 위치확인, 구명·소방설비 운용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항해사는 당직시간 외에도 갑판작업과 안전점검, 서류업무를 맡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피로관리가 중요하다.
선원법은 원칙적으로 임의의 24시간에 10시간 이상, 1주간에 77시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입출항과 화물작업, 비상상황이 겹치면 휴식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당직표를 작성할 때는 법정 휴식기준뿐 아니라 실제로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항해당직은 바다를 바라보며 방향만 유지하는 시간이 아니다.
선박의 위치와 주변 교통, 기상과 장비상태를 계속 비교하고 미래의 위험을 미리 찾아내는 감시와 판단 업무다.
항만에 도착하면 어떻게 입항하고 항해사의 수입은 무엇이 좌우할까?
목적지 항만에 가까워지면 항해사는 입항 준비를 시작한다.
도착 예정시간을 선사와 항만대리점, 터미널에 전달하고 사용할 선석과 도선사 승선시간, 예인선 배치 여부를 확인한다.
화물이 있는 선박이라면 하역계획과 필요한 서류도 준비한다.
항만 입구에서는 외해보다 선박이 많고 수로가 좁아진다.
수심과 조류, 항로표지, 소형선박의 움직임을 더욱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항해사는 입항 전 조타장치와 주기관, 통신장비 등을 점검하고 갑판부에는 계류 준비를 지시한다.
대형 선박은 항만 사정에 익숙한 도선사의 도움을 받아 입항하는 경우가 많다.
도선사는 승선해 항로와 속력, 예인선 사용방법 등에 관해 조언하지만, 선박 전체의 지휘와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자동으로 도선사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선장과 항해사는 도선사의 지시 내용을 확인하고 선박의 실제 움직임을 계속 감시한다.
계획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거나 안전에 의문이 있으면 즉시 확인해야 한다.
부두에 가까워지면 선박의 속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방향을 조정한다.
갑판에서는 선수와 선미의 선원들이 계류줄을 준비한다.
항해사는 조타실과 갑판 사이의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하고 부두까지 남은 거리와 접근속도를 보고한다.
접안 후에는 계류줄 상태와 선박의 위치를 확인한다.
조류와 바람, 화물 하역으로 선박의 높이가 변하면 계류줄의 장력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박 중에도 점검이 필요하다.
화물작업이 시작되면 1등항해사를 중심으로 적재와 하역상태를 관리한다.
특정 화물창만 빠르게 비우면 선체에 과도한 힘이 가해지거나 선박이 한쪽으로 기울 수 있어 화물과 평형수를 계획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항해사의 수입은 선박 종류와 크기, 직책, 항해구역, 승선기간, 회사에 따라 달라진다.
연안선과 국제항해 선박의 근무환경이 다르고,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액화가스운반선도 필요한 교육과 업무 난도가 서로 다르다.
위험성이 높은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에서는 화물 특성에 맞는 추가교육이 요구될 수 있다.
관련 선원 교육기준에도 유조선과 화학제품운반선, 액화가스운반선에서 근무하려는 선원을 위한 화물 특성·위험·오염방지 교육이 마련돼 있다.
항해사는 일정 기간 승선한 뒤 육상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다.
승선 중에는 선박에서 생활하므로 출퇴근 개념이 없고,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
반면 연속된 승선기간이 끝나면 비교적 긴 휴가를 갖는 형태도 가능하다.
경력이 쌓이고 상위 해기사 면허와 필요한 승무경력을 갖추면 상위 직책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등항해사와 2등항해사, 1등항해사를 거쳐 선장을 목표로 할 수 있지만, 승진에는 단순한 승선기간뿐 아니라 선박 운항과 화물관리, 인력 지휘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항해사는 육상에서도 해운회사 운항관리와 안전관리, 항만 관련 업무, 선박관리 등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항로와 화물, 국제 규정을 다룬 경험이 육상 직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박 항해사는 배의 방향을 정하는 조종자에 그치지 않는다. 출항 전 항로와 화물상태를 검토하고, 바다에서는 충돌과 좌초 위험을 감시하며, 입항 과정에서는 항만 관계자와 갑판 작업을 조율하는 운항관리자에 가깝다.
한 척의 선박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전자장비뿐 아니라 미래의 위치와 위험을 예측하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
항해사의 경쟁력은 맑은 바다에서 예정된 길을 따라가는 능력보다 기상과 교통, 장비상태가 달라질 때 안전한 선택을 내리는 능력에서 만들어진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선박직원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선원법
- 해기사 면허정보
-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 중앙해양안전심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