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나 건물의 가격을 알고 싶다면 주변 매물과 최근 거래가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상속재산을 나누거나 공공사업의 보상액을 산정하고, 법원 경매나 기업의 자산평가에 사용할 금액을 정하려면 단순한 시세 조회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평가사는 토지와 건물, 기계설비, 선박, 영업권처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대상의 가치를 조사하고 금액으로 표시하는 전문가다. 같은 아파트라도 평가 목적과 기준시점, 권리관계에 따라 확인해야 할 자료가 달라질 수 있다.
감정평가는 원하는 가격을 정해주는 업무가 아니다.
평가 목적을 확인하고 현장과 공적 장부를 조사한 뒤, 관계 법령과 평가기준에 따라 가치가 형성되는 요인을 분석한다.
그렇다면 감정평가사는 의뢰를 받은 뒤 어떤 자료를 확인하고, 현장에서는 무엇을 조사하며, 최종 평가액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할까?

감정평가사는 의뢰를 받으면 무엇부터 확인할까?
감정평가의 출발점은 대상 물건보다 평가 목적을 확인하는 일이다.
같은 토지라도 공공사업 보상, 법원 경매, 상속과 증여, 기업 자산관리, 임대료 산정 등 목적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과 필요한 자료가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의뢰인과 대상 물건, 평가 목적, 기준시점, 제출처를 확인한다.
기준시점은 가격을 판단하는 날짜다.
부동산 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현재 현장을 방문했더라도 과거 특정 날짜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토지대장과 건축물대장, 등기사항, 토지이용계획, 지적도 등 공적 자료를 확인한다.
서류상 면적과 실제 이용상태가 일치하는지, 건물의 용도와 구조는 무엇인지, 토지에 적용되는 이용 제한은 없는지 살펴본다.
토지 가격은 면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로와 접하는 상태, 토지의 모양과 경사, 주변 상권, 대중교통 접근성, 개발 가능성 등이 가치에 영향을 준다.
같은 동네에서 면적이 같은 두 필지라도 한쪽이 도로에 넓게 접하고 다른 한쪽은 진입로가 좁다면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건물은 위치뿐 아니라 구조와 사용승인 시기, 유지관리 상태, 실제 용도, 층별 효용을 확인해야 한다.
서류에는 창고로 표시됐지만 실제로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거나, 허가받지 않은 증축 부분이 있다면 평가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할 수 있다.
현장조사는 사진을 찍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상 물건의 위치와 경계, 이용상황, 주변 환경을 확인하고 공적 자료와 다른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기계설비를 평가한다면 제작연도와 규격, 가동상태, 남은 사용 가능 기간, 이전 설치 가능성 등을 확인한다.
현장 진입이 어렵거나 내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평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확보한 자료와 조사 범위, 확인하지 못한 사항을 평가서에 명확하게 적어야 한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의 희망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정평가 결과는 보상과 경매, 기업의 재무자료처럼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독립성과 객관성이 필요하다.
현장과 자료를 확인한 뒤 가치는 어떻게 계산할까?
감정평가사는 대상 물건의 특성에 맞는 평가방법을 선택한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서는 평가방식을 원가방식과 비교방식, 수익방식으로 구분한다.
또한 주된 방법으로 산정한 금액을 다른 방식에서 나온 금액과 비교해 합리성을 검토하도록 정하고 있다.
원가방식은 대상 물건을 현재 다시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새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 뒤 사용기간과 노후화, 기능 저하 등을 반영한다.
특수한 공장이나 거래사례를 찾기 어려운 시설을 평가할 때 활용될 수 있다.
비교방식은 대상과 비슷한 물건의 거래사례나 임대사례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실제 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출발점으로 삼되 위치와 면적, 도로 조건, 거래시점 등의 차이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토지가 ㎡당 100만 원에 거래됐다고 가정해보자.
대상 토지는 상권 접근성에서 5% 유리하지만 모양이 불규칙해 이용 효율이 10% 낮다고 판단한다면 단순 조정가격은 ㎡당 약 94만5,000원이 된다.
100만 원 × 1.05 × 0.90 = 94만5,000원
이 계산은 비교방식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다.
실제 감정평가는 하나의 사례와 단순한 비율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거래가 정상적인 조건에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여러 사례의 적절성을 검토해야 한다.
수익방식은 대상 물건이 앞으로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되는 수익을 바탕으로 현재 가치를 판단한다.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상가나 업무시설이라면 예상 임대수입에서 운영비용과 공실 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이를 현재 가치로 바꾸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가령 매년 순수익이 5,000만 원으로 예상되고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환원율을 5%로 가정하면 단순한 수익환원 계산은 10억 원이다.
연간 순수익 5,000만 원 ÷ 환원율 5% = 10억 원
하지만 예상 임대료와 공실률, 관리비, 환원율 중 하나만 달라져도 결과는 크게 변한다.
따라서 수익자료의 신뢰성과 시장상황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세 가지 방식 중 하나가 항상 우수한 것은 아니다.
일반 아파트처럼 비슷한 거래가 많은 물건은 비교방식이 유용할 수 있고, 거래가 드문 특수시설은 원가방식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임대수익이 핵심인 상업용 부동산은 수익방식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결국 감정평가사의 전문성은 계산식을 적용하는 데만 있지 않다.
어떤 자료를 비교 대상으로 선택하고, 각각의 차이를 어느 정도 조정하며, 그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
최종 평가액은 어떻게 검토되고 감정평가사는 어디에서 수익을 얻을까?
평가방법으로 금액을 계산하면 감정평가사는 여러 결과를 비교한다.
주된 방법으로 산정한 금액이 시장자료와 지나치게 차이 나지는 않는지, 적용한 거래사례와 수익자료가 적절한지, 현장조사 결과가 빠짐없이 반영됐는지 확인한다.
이후 감정평가서를 작성한다.
평가서에는 대상 물건과 평가 목적, 기준시점, 조사내용, 적용한 평가방법, 가격 결정 근거, 최종 평가액 등이 담긴다.
중요한 제한사항이나 현장조사의 한계가 있다면 그 내용도 표시한다.
규칙에 맞는 계산을 했더라도 판단 근거가 불분명하면 좋은 평가서라고 보기 어렵다.
다른 전문가가 같은 자료를 검토했을 때 왜 해당 거래사례를 선택했고 어떤 이유로 가격 차이를 조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평가서가 발급된 뒤에도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의뢰기관이나 이해관계자가 평가 과정의 적정성을 확인하거나 별도의 검토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도 기존 평가서의 과정과 결과가 적정한지 검토하는 감정평가사 검색 서비스를 운영한다.
감정평가법인과 사무소의 수입은 평가업무의 보수에서 발생한다.
보수와 업무량은 평가액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평가 대상의 종류와 수, 소재지, 조사 난도, 기준시점, 제출기한, 필요한 자료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한 지역에 모여 있는 아파트 여러 세대와 전국에 흩어진 공장 여러 곳은 같은 개수라도 투입시간이 다르다.
산이나 농지처럼 경계 확인과 접근이 어려운 토지, 거래사례가 드문 특수시설, 설비 목록이 수천 개에 이르는 공장은 조사와 분석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가상의 평가업무에서 현장조사와 이동에 16시간, 공적 자료와 시장사례 조사에 20시간, 가격 산정과 보고서 작성에 24시간, 내부검토에 8시간이 걸렸다면 총 68시간이 투입된다. 시간당 인력원가를 6만 원으로 가정하면 인력원가만 408만 원이다.
여기에 교통비와 자료구입비, 사무실 운영비 등이 더해질 수 있다. 이는 실제 보수기준이 아닌 비용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이다.
감정평가사가 되려면 국가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관계 법령에 따른 실무수습과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정평가사의 업무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매매가격을 산정하는 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공사업의 보상과 경매, 소송, 기업 자산평가, 임대료 산정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감정평가사는 시장가격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다.
평가 목적과 기준시점을 정하고, 현장과 자료를 조사하며, 대상 물건에 적합한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한 뒤 그 판단을 보고서로 설명하는 전문가다.
같은 물건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평가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감정평가의 핵심은 하나의 숫자보다 그 숫자에 도달한 조사과정과 판단 근거에 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https://www.law.go.kr/법령/감정평가및감정평가사에관한법률 - 국가법령정보센터,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https://www.law.go.kr/법령/감정평가에관한규칙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https://www.kapanet.or.kr -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 감정평가사
https://www.q-net.or.kr/site/value - 교육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 직업정보 ‘감정평가사’
https://www.career.go.kr/cnet/app/base/job/jobView.m?SEQ=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