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의 선장은 여러 나라의 바다를 항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음 들어가는 항구의 좁은 수로와 조류, 선석 구조까지 모두 알기는 어렵다.
항만마다 수심과 항로 폭이 다르고, 조수간만의 차와 바람의 영향도 달라진다.
항만 안에서는 다른 선박과 예인선, 작업선이 함께 움직이며 부두 가까이에서는 매우 낮은 속도로 선박의 위치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때 선박에 승선해 안전한 입출항을 돕는 전문가가 도선사다.
도선사는 특정 항만의 수로와 조류, 선석, 예인선 운용방법을 바탕으로 선장에게 항로와 속력, 변침과 기관 사용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도선사는 항해사 자격을 취득한 뒤 바로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현행 도선법은 총톤수 6천 톤 이상 선박의 선장으로 3년 이상 승무한 경력 등 정해진 요건을 갖추고, 도선수습생 전형과 실무수습, 도선사시험 등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선사는 어떤 정보를 확인한 뒤 선박에 승선하고, 조타실에서는 선장과 어떻게 역할을 나눌까. 거대한 선박을 좁은 부두에 붙일 때는 어떤 판단이 필요하며 도선사의 수입은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

도선 요청을 받으면 어떻게 준비하고 선박에 승선할까?
선박이 항만에 들어오거나 출항하려면 선사 또는 대리점이 도선 일정을 요청한다.
도선 요청정보에는 선박의 이름과 종류, 총톤수, 길이와 폭, 흘수, 입출항 예정시간, 출발지와 목적 선석 등이 포함된다.
위험화물을 싣고 있는지, 예인선이 몇 척 필요한지도 확인한다.
도선사는 배정받은 선박의 특성과 당시 항만 상황을 검토한다.
같은 부두로 들어가는 선박이라도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 유조선은 바람을 받는 면적과 조종성능이 다르다.
선박의 흘수도 중요하다.
흘수는 선박이 수면 아래로 잠긴 깊이를 의미한다.
흘수가 깊은 선박은 항로 바닥과 선체 사이의 여유가 작아지므로 조수와 수심을 더 신중하게 확인해야 한다.
입항 시각이 같더라도 바람과 조류의 방향에 따라 난도가 달라진다.
선박을 부두 쪽으로 미는 바람이 강하면 충돌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부두에서 밀어내는 바람이 불면 계류 위치까지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도선사는 항만교통관제센터와 선석 상황, 다른 선박의 움직임도 확인한다.
앞선 선박이 아직 부두를 떠나지 않았거나 항로에 대형 선박이 지나가고 있다면 도선 시각이 변경될 수 있다.
준비가 끝나면 도선사는 도선선을 타고 항만 바깥의 지정된 승선구역으로 이동한다.
도선선은 항해 중인 선박 옆으로 접근하고 도선사는 선박 측면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간다.
이 승선 과정 자체도 위험한 작업이다.
바람과 파도로 두 선박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사다리를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은 도선사가 안전하게 승선할 수 있도록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고 적절한 승선설비를 준비해야 한다.
도선법은 도선 요청을 한 선박의 선장이 정해진 승하선구역에서 도선사를 승선·하선시키도록 하고 있다.
도선사가 승선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도선을 맡겨야 한다.
조타실에 도착한 도선사는 선장과 정보를 교환한다.
선장은 선박의 현재 흘수와 주기관 상태, 최대·최소 속력, 조타성능, 고장 난 장비 등을 알려준다.
도선사는 입항경로와 예상 속력, 예인선 사용계획, 접안방법을 설명한다.
이를 도선 정보교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선사가 항만을 잘 알고 있더라도 해당 선박의 조종성능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선장은 자신의 선박을 잘 알지만 해당 항만의 세부적인 흐름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도선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는 과정이 아니다.
선장과 도선사가 서로 가진 정보를 결합해 입항계획을 확인하는 협업에 가깝다.
좁은 수로에서는 선박을 어떻게 움직이고 접안할까?
도선이 시작되면 도선사는 선박의 방향과 속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선장에게 조언한다.
실제 조타명령과 기관명령은 선박의 절차에 따라 조타수와 기관실에 전달된다.
항만 안에서는 속력을 줄이는 시점이 중요하다.
대형 선박은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짧은 거리에서 멈추기 어렵다.
주기관을 후진으로 사용해도 선박의 무게와 당시 속력에 따라 상당한 거리를 계속 이동한다.
예를 들어 선박이 4노트로 움직이면 초속으로 약 2.06m다.
이 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면 1분 동안 약 124m를 이동한다.
부두까지 500m가 남은 시점에서 4노트로 접근한다면 단순 계산상 약 4분 만에 부두에 도달한다.
하지만 기관의 반응시간과 선박의 관성, 바람과 조류를 고려하면 실제 감속은 훨씬 일찍 시작해야 한다.
도선사는 선박의 진행방향뿐 아니라 옆으로 밀리는 움직임도 확인한다.
선박이 정면으로 천천히 이동하더라도 옆바람을 강하게 받으면 부두나 항로 경계 쪽으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컨테이너를 높게 쌓은 선박이나 자동차운반선처럼 옆면이 큰 배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선박 속도가 낮아지면 방향타의 효과도 약해지므로 예인선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예인선은 대형 선박의 선수나 선미를 밀고 당겨 방향을 조절한다.
도선사는 각 예인선에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힘을 사용할지 지시한다.
선수를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해서 한 척의 예인선만 무조건 강하게 미는 것은 아니다.
선박 자체의 기관과 방향타, 선수추진기, 조류와 바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러 힘을 잘못 조합하면 선박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전할 수 있다.
항만교통관제센터와의 교신도 계속된다.
도선사는 주변 선박의 이동과 교행 순서를 확인하고, 좁은 구간에 동시에 여러 선박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율한다.
선박이 부두 가까이에 도착하면 전진속도뿐 아니라 부두 방향으로 접근하는 횡방향 속도를 낮춰야 한다.
선체가 부두에 너무 빠르게 닿으면 선박과 부두시설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접안 직전에는 갑판에서 계류줄을 준비한다.
선박의 줄을 육상 계류시설에 연결한 뒤 윈치로 당겨 선박의 위치를 고정한다.
도선사는 예인선과 선박 기관을 이용해 선체를 부두와 나란히 맞추고 계류작업이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도선사가 승선하면 선박 지휘 책임이 모두 도선사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도선사는 항만 운항을 전문적으로 지원하지만 선장은 선박과 승무원에 대한 지휘와 안전 책임을 계속 유지한다.
선장은 도선사의 계획과 조언을 확인하고 선박의 안전에 중대한 의문이 있으면 설명을 요청해야 한다.
도선사도 선박 상태나 선장의 명령이 예상과 다르면 즉시 확인해야 한다.
이 협업에서 중요한 개념이 조타실 자원관리다.
도선사와 선장, 항해사, 조타수가 정보를 명확하게 말하고 상대방이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명령이 모호하거나 전달과정에서 잘못 들었다면 선박은 수십 초 사이에도 상당한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기상이 지나치게 나쁘면 도선을 연기할 수도 있다.
일정이 잡혀 있고 선석이 비어 있더라도 바람과 파도, 시정이 안전기준을 벗어나면 입항을 강행하지 않는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도선사의 핵심 기술은 선박을 빠르게 부두에 붙이는 것이 아니다.
선박의 관성과 항만의 수심, 바람과 조류, 예인선의 힘을 미리 계산해 위험이 커지기 전에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데 있다.
접안 후에는 무엇을 하고 수입은 어떻게 결정될까?
선박이 부두에 닿았다고 도선이 즉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계류줄이 적절하게 연결되고 선박이 정해진 위치에 안정적으로 고정되었는지 확인한다.
선박의 주기관을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고 갑판의 계류작업이 마무리되면 선장과 도선 완료를 확인한다.
출항 도선이라면 반대 순서로 진행된다.
계류줄을 풀고 예인선으로 부두에서 선박을 떼어낸 뒤 좁은 항로를 통과해 외해의 하선구역까지 이동한다.
도선사는 지정된 구역에서 도선선으로 옮겨 타고 하선한다.
이후 도선시간과 구간, 선박정보 등을 기록하고 다음 업무를 준비한다.
도선업무는 일반적인 주간근무와 다르다.
선박은 조수와 선석 일정에 따라 새벽과 야간에도 입출항하며 도선사는 순번에 따라 대기하다가 호출을 받을 수 있다.
예정된 입항시간이 지연되거나 기상이 바뀌면 근무시각도 달라진다.
한 건의 도선이 끝나도 다음 선박이 곧 도착하면 다시 승선해야 할 수 있어 피로관리가 중요하다.
도선사는 전국 어느 항구에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이 아니다.
각 도선구의 항로와 선석, 조류 특성을 익혀야 하며 해당 구역에서 수습과 면허 절차를 거친다.
우리나라에는 부산과 인천, 여수, 울산 등 항만별 도선사회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도선사협회는 현재 전국 12개 도선사회를 안내하고 있다.
면허 등급에 따라 도선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도 달라진다.
도선법 시행령은 1급부터 4급까지 면허별 도선 대상에 차이를 두며, 4급 도선사는 원칙적으로 총톤수 3만 톤 이하의 선박을 도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력과 교육을 쌓으면서 더 큰 선박을 담당할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이나 위험화물을 실은 선박 등은 정해진 도선구에서 도선사를 반드시 승무시켜야 한다.
이를 강제도선이라고 한다.
모든 선박이 무조건 강제도선 대상인 것은 아니며 선박의 국적과 총톤수, 화물, 항만별 기준과 면제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도선사의 수입은 선박을 도선하고 받는 도선료에서 발생한다.
도선료는 도선사가 임의로 현장에서 결정하는 금액이 아니라 정해진 방식에 따라 신고된다.
도선구간과 선박의 규모, 도선시간, 야간이나 휴일 여부, 추가 작업 등의 조건이 금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도선선 이용에 따른 도선선료도 발생할 수 있다.
도선사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도선선과 장비를 갖춰야 하며, 법령상 신고된 도선선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도선사회가 한 달에 300건의 도선을 처리하고 건당 평균 수입을 150만 원으로 가정하면 총수입은 4억5천만 원이다. 그러나 이 금액을 한 명의 도선사가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도선선의 구입과 유지, 선원 인건비, 연료비, 통신시설, 사무실 운영비 등을 제외해야 한다.
도선사 수와 업무배분 방식, 선박 규모별 도선료 차이도 실제 개인 수입에 영향을 준다.
이 계산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가상 사례다.
도선사는 높은 수준의 경력과 판단이 요구되는 만큼 책임도 크다.
선박이 부두나 교량, 다른 선박과 충돌하면 인명과 시설뿐 아니라 항만 전체의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항만 지형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부두와 항로 변화, 선박 대형화, 예인선 성능을 계속 학습해야 한다. 면허 갱신과 교육, 정기적인 신체상태 확인도 필요하다.
결국 도선사는 선박의 선장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장이 낯선 항만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지역 지식과 조선 경험을 제공하는 항만 운항 전문가다.
한 척의 대형 선박이 부두에 안전하게 접안하기까지는 도선선 승선과 선장과의 정보교환, 항만관제 교신, 예인선 조작과 계류작업이 이어진다.
도선사의 경쟁력은 선박을 빠르게 움직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조류, 선박의 관성을 읽고 위험이 생기기 전에 여유를 확보하는 판단력에서 만들어진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선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선법 시행령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선법 시행규칙
- 한국도선사협회
- 해양수산부 도선사 시험 안내